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
머리는 항상 생각합니다. “위대한 사람이 되어야지!” “열심히 운동해서 몸짱이 되자!” “노력해서 젊은 부자가 되자!”. 몸이 대답합니다. “싫은데?” “일단 좀만 더 누워있다 일어나자.” “아무 생각없이 유튜브, 넷플릭스나 보자.” 젠장. 나는 왜이렇게 게으른 걸까요?
난데없이 TMI 를 시전하자면, 제 MBTI 유형은 ENTP 입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미 하고 있는 것도 아주 많습니다. 에밀리 와프닉이 쓴 “모든 것이 되는 법”이라는 책에 나오는 다능인(Multipotentialite, 멀티포텐셜라이트) 타입인 것 같아요. 롤 모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취미는 피아노, 첼로, 기타, 베이스 연주, 음악 감상, 책 읽기, 글쓰기, 그림그리기, 노래하기, 스케이트 보드 타기, 외국어 공부하기… 끝이 없습니다. 열정이 넘치던 시절에는 이런 취미들을 갈고닦아 대부분 남들 앞에서 자랑해볼만한 특기가 되었습니다. 스스로도 대견한 일이지만, 지금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그 때의 열정이 이제는 식어버렸다는 사실입니다. 게으름에 잠식되어버렸다고 표현하는게 옳을 지도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건 너무나도 많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요. 악기를 연주하고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하는 대신에, 침대에 누워 군것질을 하고 싶어요. 아무런 고민과 생각없이 유튜브, 넷플릭스나 하루종일 보고 싶어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게으름을 극복해 보자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래도 이 게으른 몸뚱어리에 아직은 맑은 정신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스스로 너무 게을러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위기감을 느낀 거죠. 이럴 때에는 본인의 의지력으로 극복해 나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사실 쉽지 않습니다. 그게 가능한 사람이였다면 이런 위기를 겪을 필요도 없었겠죠. 그러면 남은 방법은..?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는, 즉 동기부여를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동기부여를 받고자 하면, 여러 가지 채널들이 있습니다. 유튜브에도 동기부여 관련 영상이 수 백, 수 천만 개는 있을 거에요. 그런데 왠지 유튜브 영상에 의지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나를 이렇게 만든 원수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거기서 동기부여 영상을 보고 있다가는 추천 영상 공격에 휘말려 본래 목적을 잃고 키득거리고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가장 고상하고 전통적인 동기부여 방법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독서, 책을 읽는 것이죠.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 들어가서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으니, 벌써부터 생산적인 일을 하고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눈에 띈 책이 하나 있었는데, 제가 동경하는 IT 회사인 구글의 디자이너들이 쓴 “메이크 타임”이라는 책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기계발 서적을 읽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대부분 뜬구름 잡는 소리에, 어떤 책을 읽건 다 비슷한 소리만 반복하는 것 같거든요. “노력하세요.” “열심히 사세요.” “자신에게 투자하세요.”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고, 이 책을 구매하면서도 생각은 같았어요.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책을 아직 끝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읽으면서도 자기계발 서적에 대한 적대감이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추천해볼만 한 것 같습니다. 특유의 “뭐 대단한 건 아니고 나도 똑같은 사람이라 시간 관리는 힘든데.. 해보면서 얻은 몇 가지 팁을 줄게.” 같은 느낌의 솔찍한 문체. 두 사람의 가벼운 일상 이야기로 시작해서 체계적인 시간 관리 노하우를 그려내는 책의 진행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당장 뛰쳐나가 뭔가 대단한 일을 시작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할까요.
책에서는 메이크 타임이라는 네 단계의 프로세스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그날 우선으로 처리할 하이라이트(highlight) 하나를 선정하는 것. 그 다음은 하이라이트에 초집중(laser)을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선택하는 것. 또 온종일 시간과 주의를 계속 통제할 수 있도록 에너지(energy)를 충전하는 것. 마지막으로, 몇 가지를 간단히 기록하면서 하루 돌아보기(reflect)를 하는 것. 이렇게 네 단계를 소개한 뒤 각각의 단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는 구조입니다.
저자 중 한 명은 IT 업계에서는 유명한 “스프린트”라는 개발 프로세스를 만든 사람입니다. 그래서인지 메이크 타임 네 단계의 설명을 들을 때 두 가지 프로세스가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고, 무엇보다 저자가 이런 프로세스를 만들고 설명하는데 정말 뛰어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른 시간관리 노하우들처럼 노트를 적고, 도표를 그리고, 자신을 통제하는 딱딱한 방법이 아니라, 가벼운 마음과 단순한 동기부여, 건강한 에너지 재충전을 통해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해요.
책을 읽으니 효과는 있었나?
이 글 자체가 사실 이 책의 효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태 게으름 때문에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저도 아직 책을 끝까지 읽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도 무언가 당장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두근거려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책의 초반 저자들의 이야기에서 “아침형 인간이 되도록 수면 스케줄을 다시 짰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 때 문뜩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우습게도 이 책도 읽어보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대충 아침 일찍 일어나는 방법으로 부족한 자기 계발 시간을 확보하는게 핵심이라는 것을 들어본 기억이 있었어요. 그래서 자기 확언이나 감사일기를 쓰는 등의 디테일은 구글 검색을 통해 간단히 참고하고😅, 아침 6시에 일어나보자는 목표를 설정해 실천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1일차고, 계획대로 6시에 일어나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아침 9시에 일어나기도 힘들어하고, 주말이면 15시간씩 겨울잠을 잤던 저로서는 큰 도전이에요.🤣 앞으로는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게 중요하겠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어요
댓글 감사합니다!ㅎㅎ